[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정시 축소, 정시 학생부 반영, 지역인재확대 등 ‘삼중 악재’가 겹치자 최근 검정고시생들이 수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수시 역시 결코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부 중심의 학종과 교과전형은 비교내신 구조에서 불리함이 고착화돼 있고, 학생부 대체서식 작성 역시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른 기재 제한으로 사실상 채우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검정고시생의 수시 통로는 사실상 논술이 유일하다고 분석한다.
검정고시생의 대표적 통로로 불려온 서울대와 명지대의 케이스만 살펴봐도 최근 검정고시생에게 불리한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 서울대는 수시 전 전형을 학종으로 운영하는 데다, 정시에도 교과평가를 도입하면서 검정고시생의 합격 비율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명지대는 2025학년부터 만점을 받아도 내신 3등급에 불과한 환산방식을 적용해 합격 가능성이 낮아졌다. 활동이 제한된 대체서식, 비교내신의 구조적 한계까지 맞물리며, 정시에서 밀려난 검정고시생들이 수시에서조차 설 자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대입정보가 부재한 일부 학생들의 경우 언론 등에 비춰진 ‘전략적 고교 자퇴’라는 키워드만 보고 섣불리 자퇴를 택한다는 점이다. 교육계에서는 검정고시가 대입에 유리하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은 대학에 와서도 적응력과 퍼포먼스가 좋은 학생을 뽑고싶어 한다. 그러려면 사실 학생부가 있는 경우에 더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있는 게 아니라 유불리를 따져 자퇴를 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막힌 2026수시 문.. 서울대 명지대 문호도 닫혀>
수시전형은 크게 학종 교과 논술로 구분할 수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사실상 검정고시생에게 열린 문호는 논술뿐이라고 강조한다. 검정고시 점수의 비교내신이 실제 학교에서 내신을 쌓은 학생들과 비교해 결코 유리하지 않아 내신 성적을 살피는 학종과 교과는 사실상 합격률이 낮다는 것. 게다가 학생부 대체서식 역시 가이드라인도 없고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라 기재할 수 있는 활동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엔 검정고시생들 사이 대입 문호가 열려있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대학인 서울대와 명지대 역시 전형변화를 통해 문호를 닫은 모양새다. 서울대는 2023학년부터 정시에 교과평가를 반영, 2023정시 선발결과를 살펴본 결과 검정고시 출신은 2022학년 3%(33명)에서 2023학년 1.6%(22명)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특히 서울대는 수시 전 전형을 학종으로 운영하는 만큼 학생의 고교 활동을 깊게 살피는 바, 교과평가에서 검정고시생의 낮은 점수는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명지대는 2025학년부터 검정고시 비교내신에 변화가 생겼다. 2024학년까지 검정고시 점수 100점은 환산등급 2등급 환산점수 99점, 95점 이상은 환산등급 3등급 환산점수 97점을 적용했지만 2025학년부터 검정고시 점수 100점이 석차등급 3등급 환산점수 98점, 검정고시 점수 95점 이상이 석차등급 4등급 환산점수 94점을 적용받는다. 검정고시 만점을 받아도 내신 3등급에 불과한 셈이다. 사실상 내신 3등급으로는 수도권 주요대학을 합격할 수 없다는 통념이 지배적인 가운데 검정고시생의 수시 대입 문호가 줄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비교내신의 불리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학생부 대체서식 기재 역시 쉽지 않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진로를 향한 다양한 활동을 하기엔 시간도 부족할 뿐 아니라,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어 어떠한 활동들로 채워야할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는 게 검정고시생들의 목소리다. 한 대학 관계자는 “검정고시생도 수시 원서를 내기는 하는데 합격률이 높지 않다. 애초 대체서식을 다 채워온 학생이 많지도 않다”고 전했다.
게다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라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는 내용 역시 대체서식에도 그대로 작성할 수 없어 사실상 작성할 수 있는 활동이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공인어학성적과 교외 대회 수상실적은 물론 모의고사 성적, 인증시험 성적, 도서출간, 지식재산권 출원/등록사실, 어학연수/봉사활동 등 해외활동실적, 장학생/장학금 관련 내용, 자격증 명칭/취득사실, 청소년단체활동, 독서활동, 개인봉사활동실적 등을 모두 작성할 수 없다.
결국 검정고시생의 수시 통로는 논술전형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논술전형은 2026전형계획 기준 전국 44개교 1만2619명에 불과해 대학/모집단위 선택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한 대치동 대형학원 입시전략팀장은 “검정고시가 수시에서 노릴 수 있는 전형은 논술뿐이다. 학생부 대체서식을 채우더라도 학업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없고 규제가 많아 제출할 수 있는 서류가 제한적이라 어렵다”고 전했다.
<검정고시 대안일까.. ‘정시 축소, 정시 학생부 반영, 지역인재확대 겹겹이 악재’>
하지만 여전히 검정고시생은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2024학년 신입생 출신 고교 유형을 살펴본 결과, 검정고시 출신이 최근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학년 1.1%, 2021학년 1.2%, 2022학년 1.3%, 2023학년 1.37%, 2024학년 1.73%로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 이후 학종 서류 평가요소가 축소되며 삐끗한 내신등급을 만회하기 어려워지자 한 학기만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바로 포기해버리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엔 대입변화 흐름 역시 검정고시생에겐 결코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위대학을 중심으로 정시에 교과평가를 반영하는 대학이 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상위15개대 중 서울대(2023학년) 고대(2024학년) 연대/한대/성대(사대)(2026학년)에 이어 내년인 2027학년엔 동대와 중대도 합류해 7개교가 정시에 학생부를 반영한다.
게다가 2028학년부턴 아예 정시 비중 축소 가능성도 비춰진다. 교육부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정시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 고교학점제를 반영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할 경우 40%로 고정된 비율을 30%까지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대학을 비롯한 교육계에서는 검정고시생이 대입에 유리하다는 섣부른 인식을 바로잡아야한다고 강조한다. 기존에는 확대된 정시에 올인하는 전략적 자퇴가 증가했지만 최근 대입은 결코 겹겹이 악재가 쌓여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정시축소 언급과 대학의 전형 다각화, 확대된 지역인재 모두 검정고시에는 불리한 환경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입시정보 부재로 자퇴를 택하는 경우도 많아 안타깝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최근 지방의 자퇴율도 높아지는데 지방의 경우 자퇴 시 해당 지역에 수년간 거주해도 지역인재 자체를 지원할 수 없게 되니 불리하다. 일부 자퇴생들은 자퇴 후 수능을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는 입시정보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지방 고교생의 자퇴를 우려했다. 게다가 정부의 지역인재 확대 기조가 유지되며 지방의 경우 검정고시보단 학생부를 활용한 수시전형이 훨씬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어떠한 인재를 선발하고 싶어하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대학관계자는 “대학은 결국 대학에서도 적응을 잘 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학생을 뽑고 싶어 하기에, 학교활동을 유심히 살필 수밖에 없다. 피치못할 이유로 자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히 대입을 바라보고 전략적 자퇴를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