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국내 4년제 대학의 70.5%가 2025학년 등록금 인상을 택했다. 2024학년 86%가 동결을 택한 것과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정부는 2009년부터 등록금 동결 정책을 이어오고,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Ⅱ유형과 연계해 등록금 동결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등록금 동결 기조가 16년째 이어지자 재정 위기에 처한 대학의 셈법이 달라졌다. 국가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받는 것보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국내 대학의 경쟁력 상승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쏟아지고 있다. 16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에 국내 대학 경쟁력 하락이 두드러졌기 때문. 국내 대학은 우수교원 유치도 어려웠으며 부족한 연구비로 외국 대학과의 공동연구 수주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특히 한국의 고등교육 공교육비 중 정부 재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7%로 OECD 상위 20개국 평균 1.2%는 물론, OECD 평균인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학에서는 등록금 동결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해 등록금 인상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대학 경쟁력보다는 반값등록금과 같은 등록금 동결 기조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고물가 속 대학 등록금마저 높아지는 것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4년제 일반대/교대 193개교 중 136개교가 등록금 인상을 택하면서, 2025학년 학생 1인이 연간 부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710만6500원으로 전년 682만9500원 대비 27만7000원 상승했다.

<4년제 일반대/교대 70.5% 등록금 인상.. 평균등록금 의학 1016만 '톱'>
2025학년 4년제 일반대/교대 193개교의 등록금을 살펴본 결과, 136개교(70.5%)는 인상하고 57개교(29.5%)는 동결을 택했다. 전년 193개교 중 166개교(86%)가 동결, 26개교(13.5%)가 인상, 1개교(0.5%)가 인하를 택한 것과 대비된다. 16년째 등록금이 동결되자, 대학 내에서는 ‘더 이상은 안된다’라며 등록금 인상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70.5%가 등록금을 인상하며 학생 1인이 연간 부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710만6500원으로 전년 682만9500원 대비 27만7000원(4.1%p) 상승했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실시된 2010년 이후 최고 인상률이다. 대학 등록금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최근 3개 연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에서 인상할 수 있다. 올해 법정 상한선은 5.49%다. 설립 유형별 평균 등록금을 살펴보면 사립은 800만2400원, 국공립은 423만8900원이다. 소재지별로는 수도권이 805만1700원, 비수도권은 649만2500원이다. 계열별로는 의학이 1016만9700원으로 가장 높고 이어 예체능 814만4000원, 공학 754만4000원, 자연과학 713만8600원, 인문사회 627만2600원이다.
전문대 역시 등록금 인상을 택했다. 129개교 중 94개교(72.9%)가 인상했으며 34개교(27.1%)가 동결, 1개교(0.8%)가 인하했다. 2025학년 학생 1인이 연간 평균 등록금은 645만500원으로 전년(619만1900원) 대비 25만8600원 상승했다. 계열별로 보면 예체능이 703만1500원으로 가장 높은 평균 등록금을 기록했고, 공학 654만5600원, 자연과학 652만7800원, 인문사회 578만500원 순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은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4년제 일반대와 교육대 193개교, 전문대 129개교를 대상으로 정보공시 내용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으며, 사이버대, 폴리텍대, 대학원대 등 86개교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낮아지는 국내 대학 경쟁력'.. 정부 차원 지원 확대, 규제 완화 목소리>
교육계에서는 대학의 등록금 줄인상은 예견된 결과였다고 강조한다. 등록금 동결이 이어지며 국내 대학 경쟁력 하락이 두드러졌기 때문. QS THE 라이덴 등 세계대학평가에서는 논문 실적과 국제협력지수 등을 평가 잣대로 삼는데 여기서 국내 대학의 점수가 예년 같지 않다. 연구 자금이 부족할 뿐 아니라 교수 채용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연구협력을 위해선 외국 대학과 공동연구를 하거나 해외 석학을 초빙해야 하지만 부족한 재정 탓에 애초에 연구 수주부터 어렵다는 것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치솟는 물가 속 대학 등록금마저 오르면 부담이 배에 달한다고 토로한다. 반값등록금과 같이 물가 안정이 보다 중요하므로 수요자들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수요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예산 중점 투자 과제로 국가장학금 지원 확대를 목표하고 장학금 혜택을 받는 학생 수 역시 기존 100만명에서 50만명 증가한 150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정부 차원의 대학 지원 규모가 증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13일 교육부가 주최한 ‘제1차 고등교육재정 혁신 토론회’에서 남수경 강원대 교육재정연구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2만499달러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만3573달러에 불과하다. 국가경쟁력이 세계 10위권 내 진입하고 안정적인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려면 2026년에 고등교육 예산 7조원, 2034년까지 37조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대학노동조합은 “한국의 고등교육 공교육비 중 정부 재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7%로, OECD 평균인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대한민국의 2024년 실질 GDP는 2천300조원으로 세계 10위권에 해당한다. OECD 상위 20개국의 고등교육 공교육비 비율은 평균 1.2%다. 한국도 고등교육 투자 확대를 위한 충분한 물적 토대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이 전형료나 개별 사업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대학 운영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수익용기본재산 기준도 낮추고 대학 설립/운영규정의 4대 요건을 완화하는 등 교육/재정여건 개선을 돕고 있다.

